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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미여행 이과수] 10년 후 다시 찾은 이과수 폭포, 모든 것이 그대로

by 꿀벌요정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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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 이과수] 10년 후 다시 찾은 이과수 폭포, 모든 것이 그대로

 

 

 

뜬금없는 글쓰기 시작~

 

 

여행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거다. 왠지모르게 내 인생에서 언젠가 한 번은 남미여행 해봐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나는 다른 대륙보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항상 끌렸다. 남미대륙은 한국과 정확히 지구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지구에 사는 이상 한국에서 남미는 비행기를 더 탈 수 없을 만큼 오래도록 날아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알아온 친구나 동네 사람들 같이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 그리고 라틴바이브는 내 MBTI가 뭐든간에 거부감없다. 과하지만 소박하고, 소박하지만 과한 느낌이랄까. 

 

 

1.남미여행에 이과수가 빠질 수는 없지

 

10년 전이던가, 12년 전이던가? (강산도 살짝 바뀌었을 시간이다.) 나는 남미여행을 하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를 전부 둘러봤었다. 당시에 나는 사진으로 도저히 표현안되는 무릉도원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라는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다 2023년 다시 한번 이과수를 만나고 온다. "남미여행에 이과수가 빠질 수 없지"

 

이과수 폭포로 떠나는 기차를 타고

 

 

이과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국경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폭포다. 한국의 한강처럼 (사실 비교는 안될정도지만) 남미 전역을 뺑 둘러 흐르고 있는 Rio Parana(파라나 강)이 이과수 강과 만나서 모이는 곳이다.  그렇게 수평으로 가득모인 물들이 순식간에 수백미터의 낙차구간을 만나 떨어지는데, 그 낙차지형이 엄청 큰 원형이다보니 떨어지는 장면이 가관이다. 오죽하면 '악마의 목구멍'이라고 불렀을까. 혹시 방문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은 물이길래 그렇지? 하고 상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엔케이롤링이 상상해도 그 이상이니까...


이과수 폭포에서 초당 떨어지는 물의 양이 4,700만 리터 ㄷ ㄷ

 

이번에도 어쩌다보니, 굳이굳이 한국에서 남미로 여행을 왔다. 그리고 굳이굳이 안가본 곳도 많은데 다시 이과수를 찾았다. 남들은 이해가 안될 수도 있겠다. 계획없이 여행하는 내 개인적 성향도 한 몫을 했을것이고,,, 무엇보다 반드시 가야겠다는 직감? 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10년만에 오래 알던 친구 집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경주마처럼 "난 새로운 곳으로 가야하니까~ ㅇ_ㅇ"하며 모른체 지나가는 건 도저히 도리가 아닌 느낌.  어쩌면 자본주의와 현생에 찌들어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시간마저도 계획과 예상결과(만족도)를 분석하고서야 스스로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대한 채찍질 같은 종교적 행위었을지도 모르겠다. 

 


 

2. 10년동안 변한 건 나뿐이구나

잠깐 말이 샜는데, 10년 전에 나는 이과수와 첫 대면 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기쁘면서도 슬펐다는 말이 요상하다만 실제로 그랬다. 예쁘네~ 정도의 차원이 아닌 경이로운 수준의 무언가를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쳤다는 느낌이 기뻤고, 동시에 내가 살아가면서 다시 여기를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엄청난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평소 극강의 T임을 밝힌다...

(이과수를 가보면 우는 사람부터 멍하니 물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인 걸 보면 뭔가 마력이 있는 장소임은 틀림없다. 심지어 매년 이과수에 떨어져 죽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_-)

이과수 무릉도원의 시작

 

대자연, 태초로 돌아가는 느낌 참 오랜만이다. 10년만에 다시 찾아간 이과수는 정말 그대로였다. 변한건 나뿐이었고, 지나온 10년간 무엇이 변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문득 지나가버렸을 잡념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남들은 브라질사이드 4시간 아르헨티나사이드 2~3시간 정도로 시간을 잡고 오는데, 사실 이과수(마을)은 Foz do Iguacu(이과수 폭포) 빼고는 할 거 없다. 나는 그냥 천천히 걸어서 5~6시간 정도 있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3. 이과수 앞에 서서

사람들은 말한다. 대자연 앞에서만 비로소 인간이 얼마나 유한한지 느끼고 겸손해질 수 있다고. 맞다. 그리고 세상엔 다양한 대자연이 있다. 사막(이카), 돌(그랜드캐년), 산 (마추픽추), 물(이과수) 등등..  근데 그 중에서도 내가 이과수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별을 보거나 대단한 자연유적들을 볼 때 주로 느낀 감정은 억겁의 시간속 인간의ㅣ 유한함이었다. 근데 이과수는 2번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대자연 앞 존재의 허무함 보다는 나도 '일부'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리고 언제까지 흐를지 가늠이 안되는 물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방금까지 고민했던 것들이 무엇이엇는지 싶고 위로를 받는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향하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들

 

 

이과수를 올라가다보면 다리 허벅지 보다 더 큰 물고기떼도 만나고, 거북이도 볼 수 있다. 너구리과인 코아티도 보는데 사람들이 만져도 그냥 그러려니 앉아있는 모습이 귀엽다. ㅋㅋ 나도 만져봤는데 뻣뻣한 맷돼지털 같은 느낌? 이과수 초입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놀러온 커플과 같이 이과수를 둘러봤다. 남편은 헬스트레이너이고 와이프는 복싱선수라고 한다. 기차를 놓쳐 혼자 앉아있는데 옆에 와서 마테를 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이 이과수를 둘러본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커플

 

 

 

 

남미여행을 준비하는 분들, 특히 이과수를 보려는 사람들이 여러가지 고민이 많다. 나도 그랬으니까. 숙소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에 어디서 잡는게 좋은지? 이과수 폭포를 그냥 한 국가에서만 보고 돌아가도 아쉽지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은 몇시간이면 되는지? 국경을 넘을때 버스를 탄다는데 입국심사는 어떻게 하는지?

 

이번에 내 여행컨셉은 즉흥 그 자체였기때문에, 또 내 인생의 모토가 카드와 신분증 두가지면 못할일이 없다로 정착된지가 몇년인지라, 그저 터벅터벅 걸어갔더니 볼것다 보고 오히려 해야할 일/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언제까지 뭘해야하는지,,, 를 모르니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온 것 같다. (10년전에는 그런 정보를 구하기가 더 힘들었는데 잘 해냈던걸 보면, 사실 인생도 여행도 계획없이 나아가도 괜찮은거 아닐까?)

이과수, 남미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가야할 곳.

 

 

 

예전엔 비싸서 못먹었던 것만 같은 아르헨티나 사이드의 브라질식 뷔페식당.  Feijao (페이정) 이라는 음식인데 브라질 전통음식이다. 우리나라 머리고기, 순대 같은 돼지고기류 등등을 검은콩이랑 되직하게 끓여서 내놓는 음식이다. 오랜만에 맛보니 또 별미네 싶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과라나(Guarana) 남미여행 , 특히 브라질로 여행가는 분들은 이거 한 번 맛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맛이라고 자신한다. 페루에서 먹는 잉카콜라랑 또 비슷한 맛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데. 하여튼 이건 노란색 탄산음료고 '과라나'라는 열매 맛이라서 표현하기는 좀 어렵다. 환타 노란색 맛과 10%정도 비슷하다. 

 

 

 

너무 아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 10년전 다시 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슬펐는데, 10년 후 이과수를 등지고 내려오는 길에 문득 "10년뒤 돌아오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10년뒤에 반드시 내가 여기 올 것 같다" 라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아쉽거나 서운한 느낌보다는 다음엔 누구랑 오려나~ 싶은 마음까지도... 

 

지구 정 반대편이라는 상징적 의미부터, 나에겐 의미가 있는 지역이기도한 브라질 이과수폭포. 강산이 한 번 바뀔 때마다 나를 돌아볼 수 있고 20대의, 30대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이정표를 명확히 발견한 날이었다. 

배웅해주는 코아티들과, 해질녘 집으로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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